Ku Ihn Seong


구인성-이면(裏面)의 풍경


 구인성은 골판지를 이용하여 새로운 회화의 영역을 개척한 작가이다. 작품을 운송하기 위해 포장하던 골판지를 우연히 발견하고 완충작용을 하기 위한 골판지 속의 구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랜 실험 끝에 수 만개의 픽셀과 싸우면서 노동집약적인 작품을 제작한다. 이런 장기간의 시간과 노동으로 보여주는 구인성의 골판지 작품은 방법론에서 재료가 주는 느낌은 신선하다.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작가 본연의 모습을 이면(裏面)의 풍경이란 이색적인 접근 코드로 이끌어내며 회화의 또 다른 단면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미술이라는 큰 맥락에서 본다면 전통을 현대적 미시적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이어가고 기술적으로 다양한 매체와 형식, 방법을 추구해 온 작가의 실험정신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골판지 

골판지의 내부는 'U'자형으로 반복적인 요철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평평한 종이를 붙여 포장에 용이하도록 붙여 있다. 구인성은 이런 구조를 갖고 있는 골판지를 세로로 0.5cm 간격으로 칼질을 한 다음, 한 줄은 남기고 한 줄은 뜯어내는 방식으로 의도적인 시각효과를 얻어내고 뜯어낸 골판지의 안 쪽 구조인 요철부분에 변화를 주어 이미지를 표현한다. 먼저 정면을 바라보면 무엇을 표현했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뜯어낸 부분과 남겨진 부분의 차이가 동일한 색상으로 이우어져 있기 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드러나지 않지만 조금만 이동을 하면 이내 이미지가 선병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것은 요철 부분, 즉 골판지의 안쪽 부분에서 돌출된 부분은 작은 송곳으로 눌러 이미지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뜯어낸 부분에서 돌출된 부분은 누르게 되면 음영의 차이에 의해 이미지가 드러나게 되는데 그것들은 대부분 도시의 풍경과 대나무, 난, 도자기, 반가사유상들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뜯어내지 않는 부분에 이미지를 그리고 뜯어낸 부분에 요철부분에 변화를 주어 정면에서 보이는 화면과 측면에 보이는 이중적인 화면을 홀로그램처럼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그 것은 골판지의 특성을 최대한 극대화하여 얻어진 결과이여 최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매체미술의 또 다른 회화의 재해석에 대한 가능성을 엿 볼 수 있다. 또한 골판지를 이용하여 화면의 평면성을 극복하고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인트렉티브 작품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드러냄과 숨김

구인성은 처음부터 골판지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한국화를 시작으로 현대회화의 정체성을 찾아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먹의 본질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으로 표현영역을 넓혀온  작가이다. 붓끝으로 전해지는 먹의 번짐과 먹의 농담, 그리고 화면에서 보여주는 먹과 여백의 경계 안에서 끝없이 추구하고자 했던 한국화의 본질을 골판지를 통해 재해석하고 찾은 듯하다. 가공하지 않는 골판지는 한지와 같다. 그리고 골판지를 뜯어내는 과정에 얻어지는 종이의 자연스러운 흔적은 먹의 농담과 같은 효과를 얻고 있으며 대상의 윤곽선은 골판지의 요철효과에 의해 이미지가 드러난다. 그렇게 드러난 대상들은 다시 시각적인 이중구조를 획득하며 재미있는 효과를 얻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의 상반된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는데  정면에서 보여 지는 단순화된 새, 고양이, 달의 이미지와 조형적인 의미만 담고 있는 도형이 측면에서 드러나는 회화적인 도시풍경, 대나무, 불상과 중첩되고 충돌하며 새로운 교차지점으로서 서술구조를 획득하고 있다. 가령 고양이와 달, 그 속에 숨겨진 대나무에서는 이야기 서술구조를 획득하며 서로 연관성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어느 밤 대나무 숲에 돌아다니는 고양이와 밤을 상징하는 달을 작품 속에 배치함으로서 밤에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상황을 시간과 장소, 대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연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면풍경-광화문>은 정면에 단순화된 형태의 하얀 비둘기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측면으로 조금만 움직여서 작품을 바라보면 이순신 장군상이 서있는 광화문의 풍경이 또렷하지 않지만 이미지상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덜 뜯어낸 종이의 흔적 때문인데 이미지를 보다 현실적인 실제풍경으로 지키기 위한 장치로서 활용된다. 회화적인 맛이 나는 것은 이것 때문인데 계획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단순화된 상징적인 비둘기, 그 속에 숨겨진 광화문의 거리풍경은 어찌 보면 하나의 풍경이지만 작가는 이 두 가지 이미지를 중첩하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연상하도록 유도한다. 그 것이 이중구조를 갖고 있는 골판지특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의미를 전달하는데 가장 적절한 방식이다. 항상 그 곳에 서 있는 이순신 동상, 그리고 그 주변풍경들, 그리고 가끔 그 앞에 무리지어 나는 비둘기의 시간적 차이, 대상의 시간성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풍경을 골판지의 이중구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들은 이미 작가가 그동안 도시풍경을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시간성을 천착해 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대상의 의미론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상에서 보여 지는 축적된 시간의 이미지와 골판지를 뜯어낸 유기적인 흔적이 다른 차원으로 결합을 시도하며 예전부터 고집스럽게 억 메어 왔던 회화에서 벗어나 원초적인 회화의 본질에 대해 문제를 제시하고 다시 접근하고 있는 듯 하다.

 

구인성은 자신의 일상적인 풍경을 시간적, 시각적, 형상적 관계들을 평면에 고착시킴으로서 자신의 회화를 관통하도록 유도한다. 그 것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관찰력을 동원하여 재현에 충실하고 재료가 갖고 있는 골판지의 특징과 결합하여 자신의 시각적인 회화로 돌아온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이 대상의 고유한 존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각자의 시간이 존재하는 대상을 인식하게 함으로서 구인성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회화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 좀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앞으로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과 작품에 질문을 던지고 또 다른 회화의 영역을 열고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기를 기대해 본다.


2008. 대전시립미술관 초대 “NEXT CODE" 中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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